◆ 북, 개성공단 전원 추방 / 北초강경 역공에 남북관계 '빙하기'
◆북한이 남측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선언 약 24시간 만인 11일 오후 '공단 폐쇄'를 선언하며 초강경 역공을 펼쳤다. 남과 북이 하루 새 개성공단에 대해 '전면 중단'과 '폐쇄·추방'으로 강 대 강 대립각을 세우면서 남북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코마(Coma·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개성공단은 사실상 회생 가능성을 찾기 힘들게 됐다. 이날 북한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밝힌 성명은 '남북 관계를 공식적으로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약하게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개성공단은 물론 육로 통행을 포함해 판문점 연락 채널, 동서해 군통신선 등 기존의 모든 교통·통신로를 끊어 남북 관계를 완벽한 진공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 정부, 철수 준비 인원 올려보냈다 뒤통수 이날 북한이 남측 인원 전원 추방 시한을 40여 분 남겨놓은 채 개성공단 폐쇄와 자산 전면 동결 등의 조치를 군사작전 치르듯 통보한 것은 남측이 대응할 시간을 최대한 뺏고 피해와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북측은 조평통 성명에서 공단 폐쇄 시점을 오전 10시(평양시간)로 밝히면서 이를 남측에는 6시간 이상 지난 오후 4시 50분(한국시간)에 통보하는 등 시간차 공세를 펼쳤다. 당초 정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체류 인원을 철수시키고 이후 북측과 협의를 통해 완제품과 원·부자재, 생산설비 반출 협의를 진행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었다. 정부는 이날 북측의 기습적 폐쇄·추방 결정을 예상하지 못하고 철수 준비를 위해서 최소 인원인 132명을 개성공단으로 올려보냈고 248명을 체류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갑자기 남측 인원을 추방하겠다고 통보하면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공단 내부에서는 숨바꼭질하듯 체류 인원들을 찾아내느라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오후 6시쯤 정상적으로 귀환한 입경자들 가운데에는 추방 조치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남측 체류 인원들이 도망치듯 공단을 빠져나오게 되면서 향후 남북은 완제품과 원·부자재, 설비 반출 문제를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남북관계 1991년 이전으로 회귀 북한이 이처럼 극단적인 '마이웨이' 행보를 지속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호소하는 남측에 훨씬 강경한 조치를 가해 본보기를 보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촘촘한 다자·양자 제재 조치를 받고 있다. 북한은 현재 미·중 역학 구도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제재가 나오더라도 김정은 정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더 잃을 게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판단하에 북한은 독자적 대북 제재 카드를 먼저 꺼낸 남측을 거칠게 밀어붙여 남북 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개성공단을 과감하게 털어버린 북한은 향후 국제사회의 압박에 개의치 않고 핵·미사일에 대한 선전과 위협을 지속하는 행보를 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오던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의 외화를 벌충하기 위해 기존 중국·러시아 측과의 협력을 확대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가 불가피한 시점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적극적으로 북한 손을 잡아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가 생계가 막힌 개성 일대 주민을 다독이기 위한 차원에서 이 지역을 방문해 특단의 지원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실장은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카드를 쓰며 적극적 대북 압박에 나선 만큼 외교적 노력을 통해 중국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우리 측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외교적 전략을 잘 세워서 중국을 어떻게든 안보리 대북 제재에 끌어들이고 북·중 관계에서 어떤 제재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 이후 박근혜정부와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시각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남남 갈등을 유도하거나 남한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北 연락 채널 끊고 강 대 강 대치
과거 북한군 전방 포병부대가 주둔했던 이 지역은 다시 '군사통제구역'으로 묶였다. 이는 개성공단 지역을 군이 관할하겠다는 의미로 향후 이곳에 군부대를 다시 배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은 남북 간 핫라인인 군통신선과 판문점 연락 통로도 폐쇄해 긴장도를 한층 높였다. 군당국에 따르면 개성공단 용지와 인근 지역은 북한군 2군단 소속 6사단과 62포병연대 등이 주둔하던 곳이다. 6사단은 남침 주력 부대로 유사시 서울 등 수도권을 기습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03년 6월 시작된 개성공단 조성 과정에서 이들 부대를 북쪽으로 5~10㎞가량 후방 배치했다. 이날부터 단절된 남북 간 연락 채널은 앞으로 남북 간 돌발적인 회담 국면이 벌어지면 복구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통신선이 복구되기 전까지는 남북이 직접적인 연락이 아닌 언론을 통해 '성명'을 발표하는 식으로 간접 소통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김 제1비서 집권 초기였던 2013년 3월에도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며 남북 연락 채널을 단절했다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전후해 복구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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